산티숙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씨앗
쏟아지는 별빛 아래, 메콩강의 물결이 속삭이는 밤이었습니다. 비엔티안의 호텔 창가에 서서 태국과의 국경을 바라보며, 우리의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실감했습니다.
하루 전, 우리는 산타클라라 교인들의 뜨거운 기도와 환송 속에 떠났습니다. 마치 전쟁터로 향하는 용사들처럼 많은 격려를 받았지만, 가슴 한편에는 과연 우리가 이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자리했습니다. 세 번의 비행기를 갈아타며 이틀동안의 여정 끝에 도착한 라오스는 생각보다 따뜻하게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김두식 목사님과 이소라 사모님의 환한 미소는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베이에리어에서 모아온 학용품과 펜이 가득 담긴 두 개의 커다란 가방을 전달하는 순간, 이미 우리의 마음은 이곳의 아이들에게 가 있었습니다.
루앙프라방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라오스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중국의 차관으로 지어진 현대적인 철도는 라오스의 전통적인 경관과 묘한 대비를 이루었습니다. 마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요. 70세 완통 목사님의 가정교회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서 만난 신도들의 환한 미소는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20년 동안 자신의 집을 교회로 내어주신 목사님의 헌신, 그리고 앞마당에 마련해 둔 교회 부지는 이들의 신앙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점심으로 대접받은 찹쌀 주먹밥은 이국적이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손으로 직접 조금씩 떼어 먹는 그 음식은 마치 라오스 사람들의 삶과도 같았습니다. 조금씩 나누어도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다는 그들의 지혜가 담겨 있었지요. 타통의 가정교회에서는 기타를 연주하는 목사 후보자의 열정이 빛났습니다. 비록 부엌은 없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발견한 깨끗함과 정돈된 모습은 그들의 자존심과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CHAD 프로그램이 지속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일본 도쿄의 웨슬리 센터가 3년간 지원을 연장하기로 한 결정은 마치 하늘에서 내린 축복과도 같았습니다. 깨끗한 물, 위생 시설, 의료 지원이 계속될 수 있다는것은 이곳 사람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소식이니까요.
귀국을 앞둔 마지막 날, 이소라 사모님이 베이 에리어에서 가져온 학용품으로 세 곳에서 주일학교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우리가 가져온 작은 물건들이 이곳에서 희망의 씨앗으로 자라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는 길, 창밖으로 펼쳐진 라오스의 풍경은 이제 처음 도착했을 때보다 더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메콩강이 흐르고, 아이들이 뛰놀고, 시장이 북적이는 이 모든 일상이 마치 제 오래된 기억처럼 친숙하게 다가왔습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비행기 창가에 앉아 생각했습니다. 5일 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라오스의 땅을 밟고, 그들의 음식을 먹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제 마음속에 새겨진 질문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산티숙에서 피어난 희망의 씨앗은 앞으로 더 크게 자라나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씨앗을 물주는 농부로서, 주님의 은혜가 이 땅에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김옥남 권사 (산타클라라연합감리교회, 한인여선교회전국연합회 자문위원)